2달 전인가, 갑자기 왼쪽 엄지발가락과 발바닥 사이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러다 낫겠지 했는데 신경을 바짝 곤두세울 때마다 심해지면서 속살이 보일 정도로 증세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무좀이 옮았나 싶어 짜증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는 욕실에서 쓰는 수건부터 신발까지 철저히 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금 낫는다 싶더니 며칠 전부터 다시 심해져 오늘은 귀찮은 마음을 떨쳐내고 피부과에 다녀왔다.
진찰 결과 무좀이 아니라 습진이었다.
원인이 뭐냐는 내 질문에 의사는 단호하게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 정도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고 낫기도 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모를까 완쾌는 어렵고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처방해주는 복용약도 습진을 낫게 하는 약이 아니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이런...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니.
아빠에게 누명 씌운 미안함을 둘째치고 완치할 수 없는 고질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다시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았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면 해소하며 살아야 할 텐데 방법이 무엇일까?
운동? 여행? 독서?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긴 하지만 단발성일 뿐이고, 근본적으로 스트레스에 유연해지는 방법은 진정 없을까?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바로 털어버린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뭐 좋은 거라고 받은 스트레스를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가슴부터 활짝 열어야겠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스트레스를 미련없이 버리고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야겠다.
이렇게 다짐한다고 스트레스가 싹 없어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스트레스 관리가 안 되면 내 발이 엉망이 될 테니 소중한 내 발을 위해서라도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나무처럼 마음을 펼치면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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