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울릉도] 울릉둘레길 - 혼자 만끽한 원시 자연

바람 행짱 2013. 3. 6. 23:43

울릉도에서의 셋째 날.

오전 여행 코스로 울릉도의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둘레길 중 내수전에서 석포일출전망대까지 걷는 것을 택했다.

이 둘레길을 걷는 대부분 사람들은 내수전에서 출발하지만 나는 전날 마을버스 아저씨에게 얻은 정보를 분석하여 석포에서 출발하는 것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고, 천부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석포로 가기 위해 전날 탔던 마을버스를 다시 탔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코스이기도 한 탓에 마을버스에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다.

기사 아저씨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인사했고, 아저씨는 왜 여자 혼자 여행 다니느냐는 너무나 익숙한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우리 엄마 고향이 울릉도라 와 보고 싶었고 먼 친척이 많이 살고 있다 등을 이야기하니 아저씨는 마치 뭍에서 들어온 친척을 만난 듯 반가워하시며 울릉도 주민의 족보부터 시작하여 당신의 전직과 현재 사는 모습까지 이야기해주셨다.

하루 몇 번의 버스 운행 외에는 낚시로 소일하며 울릉도를 즐기며 살고 있다는 아저씨를 살짝 부러워하며 아저씨와는 작별하고 둘레길 탐방을 시작하였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을 지었는지 날씨는 여전히 쾌청 청명하였다.

 

    전날의 등산과 도보 덕분에 다리 상태가 안 좋았지만 날씨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석포 쪽 둘레길 입구는 울릉도의 거친 느낌과는 다르게 정돈된 느낌이었다.

 

    석포에서도 죽도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인다.

 

    깊은 가을로 들어가는 길목임에도 초록과 연두의 조화가 봄인듯 청량하다.

 

    저 멀리 하얀집에는 누가 살까? 저 집에서 보이는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본격적인 둘레길 탐방이 시작되었다.

 

    둘레길도 성인봉에서 만난 원시 자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의 발길로 내놓은 길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자연 그대로였다.

 

    숲을 걷다 바다가 나오면 가슴이 탁 뜨인다.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나는 타박타박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행복을 느꼈다.

 

    산과 나무, 하늘과 구름,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만난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쉼터에서 만난 돌거북이 더 없이 반가웠다.

 

    울릉도는 흐르는 물소리도 좋다.

 

    음악처럼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지친 다리에게 잠시 쉴 시간을 주었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원시림을 혼자 만끽하며 걷는 기분은 하늘을 걷는 느낌과 비슷할까?

 

    파란 하늘에 나뭇잎이 별처럼 점점히 박혀 있다.

 

    이 나무의 뿌리가 가진 힘은 얼마나 될까? 내가 짐이 될까봐 손대보지도 못했다.

 

    내수전이 가까워지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이 넓어진다.

 

    석포에서 내수전까지 걸으면서 만난 사람은 한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았다.

 

    생각을 버리고 걸었던 그 길이 내 머릿속에는 아직 선명하게 그려진다.

 

    간혹은 혼자이고 싶고 혼자임이 좋다.

 

    그런데 그 좋은 일이 위험하다고 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