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의 걷기 강행군으로 나는 상하체 분리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온통 경사로인 울릉도 길을 이틀 동안 남에서 북으로 성인봉을 넘어 가로지르고 동쪽 둘레길을 반 바퀴 걸었더 발을 땅이 딛을 때마다 무릎이 앞으로 꺾이는 게 아니라 반대 쪽으로 휘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상태에서 울릉도에서 가장 크다는 봉래폭포를 걸어서 갈 욕심을 내는 나란 사람은 참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리가 마음의 바람을 극구 거부해서 저동에서 봉래폭포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15분 남짓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내 다리의 고집에 고마움을 느꼈다.
봉래폭포에는 울릉도에 들어와 있는 관광객이 모두 모였는지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인파로 들썩였다.
그 틈을 뚫고 봉래폭포까지 30분 가까이 걸어서 오르니 휘청거리는 내 다리가 잘 참아준 것이 또 한 번 고마움을 느낄 정도로 시원한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몸이 힘든지라 사진은 온통 흔들려 볼만한 사진은 단 두 장뿐이었지만, 사진 찍는 것보다 내가 폭포를 마주하고 교감한 것이 중요하겠지.
지친 다리를 쉬게할 겸 어둠이 서서히 내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질 때까지 폭포와 말없이 마주앉아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폭포에 오르는 길에 본 구름이다. 마치 불꽃처럼 솟아오르는 모습이 신기했다.
봉래폭포의 전경. 높이가 25m나 되는 큰 폭포인데 사진은 귀엽게 나왔다.
봉래폭포가 내게 말하길, 사람들이 폭포를 보고 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물을 가두지 않고 흘려 보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 시원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련하게 가두지 말고 흘려 보내라고 했다.
그 말뜻을 깊이 새기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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