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이 나이에 생일이 뭐 별거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늘 생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님의 사랑으로 세상에 나란 존재가 생기고 만 35년 동안 수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왔다.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되고 잊혀지고...
35년 전 세상에 내가 태어남으로 인해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일들이다.
일 년에 한번 내가 태어난 날에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는 것은 내겐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며칠 전부터 내 벗들에게 전화가 오고 있다.
앞서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한 고마운 마음들이다.
아직 부모님의 슬하를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나이든 딸의 생일을 위해 엄마는 벌써 미역국을 끓여 놓으셨다.
이 나이가 되도록 부모님 생신 미역국을 한번도 끓여 본 적이 없는 딸을 위해 35번째 미역국을 끓이신 것이다.
생일은 내게 넌 행복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깨닫게 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20대 후반까지 난 일기를 아주 열심히 썼다.
30대의 어느 날 지난 일기를 읽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매년 생일에 쓴 글이 거의 비슷한 말로 시작하고 비슷한 결론으로 끝나고 있었다.
왜 태어났을까라는 의문과 인생에 대한 불안한 마음 그리고 잘 살아서 내년에는 이런 글을 쓰지 말자는 다짐...
웃음이 나왔다.
난 매년 같은 삶을 살고 있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 있으나 깨어있지 못한 시간들이었다는 뜻이다.
이제 생일에 적어도 그런 글을 쓰지 않을 자신감을 가지고 살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난 푹 잘 생각이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동안 과로에 대한 보상인 오랜 시간의 잠이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 나 자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도 만나야 되겠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세상에 태어난 날 나 자신에게 충분히 세상에 잘 태어났다고 축하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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