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졌다.
습기 잃은 공기가 팍팍하다.
푸르던 나뭇잎이 거칠게 퇴색되어 간다.
시선이 땅으로 꽂힌다.
이유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서녘 하늘 노을이 불탄다.
아, 가을인가 보다.
청춘이라 칭할 수 있던 시절
내게 가을은 눈물이었다.
사람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때문에
발길에 채이는 낙엽의 허망함 때문에
서녘 하늘 붉은 노을의 아쉬움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다 첫눈이 내리면
내 가을은 끝났다.
한동안 내게 가을은 없었다.
감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의 뒷모습도, 낙엽도, 노을도
메마른 눈에 실체로 투영되었고,
계절의 변화는 옷차림의 변화일 뿐이었다.
그렇게 내게 가을은 없었다.
며칠 전 거리를 걷다
앞선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뒷모습은 내게 외로움을, 쓸쓸함을, 완강함을
강하게 전하고 있었다.
아, 내게 다시 가을이 돌아온 것이다.
창 너머 노을지는 서녘 하늘을 바라본다.
어둠이 내리면서 노을은 사라지고
창에 비친 내 모습만 남는다.
내게 낯선 내 모습만이...
이렇게 가을은 내게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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