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었다.
"장아야, 글쎄 그 언니가 이반이었단다."
"이반? 그게 뭔데?"
"아니 넌 그것도 모르니? 동성애자를 이반이라고 하잖아."
"그래? 그런데 왜 이반이라고 해?"
"우리같은 사람들을 일반이라고 하고 그 사람들을 이반이라고 해."
"왜 우리가 일반이고 그 사람들이 이반이야?"
"넌 그 언니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니? 왜 엉뚱한 질문만 하는 거야?"
그랬다.
평소 남자같은 말투와 행동을 보였기 때문인지 그 언니가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또한 성 정체성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까.
오히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일반이란 단어의 반대말이 이반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달랐다.
그 언니의 정체성 자체에도 놀라워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우리와 함께 했다는 사실도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그 때 이후로 그 언니는 그 작은 사회에서 소외되었다.
메종 드 히미코는 동생애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인간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관계가 있고, 사랑이란 그 많은 관계 중 하나이다.
사랑은 다시 상대에 따라 또 경우에 따라 수 많은 종류로 나뉜다.
이렇게 많은 인간 관계 중 성 정체성이 문제가 되는 관계는 흔히 말하는 에로스적인 사랑뿐이다.
그 에로스적 사랑의 정체성 때문에 나머지 모든 인간 관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은 일반보다 더 치열하고 아픈 사랑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보다 절실한 정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했고, 웃음이 나왔고, 눈물이 나왔다.
우리 모두에게 진정 필요한 사랑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이 사오리에게 보내기 위해 담장에 쓴 낙서처럼.
이 영화의 감독 이누도 잇신은 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그랬듯이 사랑을 보는 시각이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일본 영화가 내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 편인데,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챙겨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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