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은 너무 유명한 소설이라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사춘기 때였고, 다시 읽은 것은 20대 초반이었다.
얼마 전부터 이 소설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침대 밑을 정리하다가 옛날 책이 담긴 상자 안에서 1986년 문고판 책을 찾아내었다.
소설은 캐더린과 히드클리프의 영혼까지 이어지는 악마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이런 것이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기억이 있지만 그 사랑이란 녀석의 실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정의내릴 수 없다.
그런데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으면서 요즘 새삼스럽게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몰입하고 있다.
사랑할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사랑하면 무엇을 보게 되는지?
사랑하면 무엇을 듣게 되는지?
사랑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사랑이란 감정을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희미한 것을 봐서는 내게 사랑은 바람이 불면 흩어져버리는 구름과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캐더린과 히드클리프와 같은 사랑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가슴을 살며시 간지럽히는 깃털과 같은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바람이 아닐까?
18년 전 책이라 글씨가 깨알같고, 약간은 촌스러운 번역, 맞춤법에 틀린 것-직업병이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오래간만에 새벽까지 스텐드 불빛 아래서 잠을 쫓아가며 책을 읽었다.
이것이 고전이 갖는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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