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에 도착했을 때 맹위를 떨치는 태양으로 인해 온몸의 체액이 땀으로 다 나올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이 짙어지는 풍경을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신나게 걸었다.
일주문을 들어서 부석사에 이르자 얼굴에서 흐른 땀이 턱 밑에 고였다.
체액을 보충하고자 자판기에서 음료수 한 캔을 뽑아 마시고 있자니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셨다.
늘 그렇듯이 혼자 여행왔냐는 질문이 먼저였고, 부석사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물으셨다.
부족한 지식을 민망한 웃음으로 답하였더니 아저씨는 차근차근 부석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런 아저씨의 표정에는 부석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나에게는 부석사의 유래나 보유하고 있는 국보의 수보다
부석사에 대한 아저씨의 자부심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
왼쪽으로는 인삼, 오른쪽으로는 사과나무가 있는 일주문을 들어선다.
푸릇푸릇 잎새를 내밀던 은행나무가 지금은 그 잎새를 다 떨궜겠지?
부석사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보물인 당간지주이다.
부석사는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어, 옛모습을 기대하는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신구 건축물의 조화가 어색하지만은 않다.
세월이 흘러가면 더 조화로워지겠지.
이 삼층석찹 앞에서 부석사 아저씨를 만났다.
산세부터 지형까지 아저씨는 부석사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셨다.
범종루를 설명하시면서는 이곳에도 많은 부처님이 정좌를 하고 계시다고 하였다.
기둥과 서까래가 맞물려 생기는 공간이 부처님이라는 말씀을 듣고 보니 나에게도 부처님이 보였다.
아저씨 말씀을 뒤로 하고 범종루를 지나니 국보인 석등과 무량수전이 보인다.
안동 봉정사 다음으로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
오래 전 부석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 예불을 드리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부석사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부석.
이 돌은 왜 자연의 섭리를 거부했을까?
실없는 생각에 실없이 웃는다.
여장을 챙긴 스님은 어디로 가실까?
중생들의 극락왕생의 길을 함께하시려나?
사찰의 장독대는 정갈하다.
무량수전 오른쪽에 있는 부석사의 또다른 보물인 삼층석탑과 석등이다.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어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작품과 인간의 작품의 어울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오래 전 그때처럼 무량수전 한 구석에 자리잡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머리와 가슴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부석사 아저씨의 자부심과 내 눈물.
이번 부석사에서는 그 두 가지를 추억하게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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