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8월의 크리스마스 - 사랑, 그것이 그렇다

 

  감독 허진호 / 출연 한석규, 심은하 / 1998 그리고 2013

 

'정원'은 '다림'에게 편지를 남겼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삶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에 찾아온 사랑은 마주 보면 피식피식 웃게 하고, 돌아서면 이불로 얼굴을 감싼 채 꺼이꺼이 울게 했다.

 

사랑, 그것이 그렇다.

 

장례식장에 걸린 정원의 영정 사진과 사진관에 걸린 다림이의 증명사진에는 같은 웃음이 담겨 있었다.

가슴에 새겨진 사랑을 떠올릴 때 새어나오는 웃음.

 

사랑, 그것이 그렇다.

 

영화를 보다 나는 미소 지었다.

여름 소나기처럼 시작되고 가을 바람처럼 깊어지다가 겨울 눈발처럼 간직된 두 사람의 이야기에 동화된 깊은 미소였다. 

영화를 보다 나는 눈물 흘렸다.

삶의 끝자락을 잡은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져나가는 회한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물이었다.

 

사랑, 그것이 그렇다.

 

15년 만에 다시 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사랑, 그것이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