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 지음 /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2014
이 소설은 두 형제와 한 여자의 70년의 세월에 대한 이야기이다.
형 수바시와 동생 우다얀은 15개월 터울로 태어나 평행선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세상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달랐고, 평행선을 이루던 두 선은 각도를 달리하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동생 우다얀이 죽고 그의 젊은 아내 가우리가 그의 아이를 잉태한 채 남겨지자 형 수바시는 가우리를 아내로 맞는다.
결혼 후 가우리가 낳은 딸 벨라의 아버지는 우다얀이 아닌 수바시였다.
수바시는 우다얀을 대신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가우리는 우다얀을 대신한 수바시를 받아들이지 못 했다.
그녀는 딸 벨라를 수바시에게 남기고 그들의 곁을 떠났고 그들 각자의 삶은 계속됐다.
줄거리만 보면 그렇고 그런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삶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수바시와도 우다얀과도 가우리와도 그리고 벨라와도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이 그저 소설 속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았다.
인생 전체를 보면 '저지대'의 순간이 있다.
70년의 세월을 담은 소설 속 인물들도 제각각의 저지대의 순간을 맞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총살 당하는 우다얀의 순간, 떠난 우다얀이 남긴 딸 벨라를 품은 수바시의 순간, 사랑하는 남편을 대신한 남편과 준비 없이 낳은 딸을 떠나는 가우리의 순간, 아버지가 아닌 큰아버지임을 고백하는 수바시 앞에 선 벨라의 순간.
그 순간들은 삶의 긴 시간 끝에 찍힌 강렬한 점 하나였다.
내 삶에서의 저지대는 어느 순간일까?
이미 지나간 시간일까?
아니면 지금 현재일까?
그도 아니면 다가올 미래일까?
아직은 기억에 남는 강렬한 점이 없으니 아마도 그 점은 미래에 찍히지 싶다.
그 점이 아프게 박히더라도 충분한 의미를 지니길 바란다면 오만일까?
참 좋은 소설이다.